후정생각

빠름, 빠름, 빠름과 괴테.

유후정한의원원장 2017. 1. 11. 10:37

누구나 아프면 빨리 낫길 원합니다.

고통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저희 한의원에서도 최대한 빨리 나으시도록 치료해드립니다.

가벼운 질환에는 침만으로도 충분히 잘 낫지만,

질환이 오래되거나 통증이 심하면 부항,약침까지 시술하게 됩니다.

비용이 약간 올라가더라도 사회생활하는데 지장이 없게 해드리기 위함입니다.


허리를 삐끗하거나 발목을 겹지른 경우에 통상 일주일 정도의 치료기간이 걸리지만

빨리 낫는 경우는 1회만에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질환은 본인의 습관이나 생활에서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급하게 먹는 습관이 위장병을 부르고,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이 치질을 부르고,

빨리 걷다보면 발목염좌가 생기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이런 습관을 고치지 않고 한번에 치료해주면 빨리 나아서 좋긴 합니다만,

고생을 덜한 덕분에 안좋은 생활태도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같은 질환이 반복되곤 합니다.


따라서 제대로된 의사는 빠른 치유 뿐만아니라 재발이 안되도록

환자의 어떤 습관이 문제인지 지적해주고 스스로 예방할 수 있게 조언을 해줍니다.


하지만 요즘은 한의원에 내원하여 누워서 20분 침맞는 시간도 아깝고

한약을 데워서 하루 두 번, 세 번 번거롭게 챙겨먹는 것도 귀찮아 합니다.


왠만하면 약국이나 의원에서 진통소염제 복용하고,

아니면 주사 한대 맞고 하루만에 낫길 바랍니다.

과로와 수면부족, 스트레스로 떨어진 면역을 수액주사 한 번에 낫길 고대하기도 합니다. 


저희 한의원 근처 통증의학과에서도 퇴행성 무릎관절염으로 고생하는 환자분에게

무릎 주변으로  주사를 수십 군데 놔주고 20만원대 후반의 비용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통소염제, 히알루론산, 스테로이드, 리도카인같은 국소마취제를 섞어서 놓는 것입니다.

심지어 태반주사까지 무릎관절에 놓기도 합니다.


요즘은 근거중심의학(EBM)이라 해서 한의학이나 양의학이나 확실한 근거에 의해서 치료해야 합니다.

하지만, 무릎관절에 수많은 성분의 주사제를 놓는 것은 근거가 없습니다.

일시적인 진통이 될지언정 오히려 골다공증이나 신장질환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한약은 2천년이 넘는 동안 여러 약초를 배합해서 복합 처방을 검증해왔지만

양약은 단일 약에 대해서는 검증이 철저한 반면, 여러 약을 동시 복용할 경우에 어떤 부작용이 나올지 연구가 미미한 실정입니다. 


인체는 기계가 아니고 유기체이고 자연입니다.

몸의 이상이 생겼을 경우에는 스스로 회복이 되도록 거들어주고 도와주면

균형을 찾아가는 본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화학물질을 통해서 바로 잡게 되면

원래 장기에서 하던 기능이 축소가 되고 의존적으로 바뀌면서

고질적인 병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입니다.


빠름, 빠름, 빠름 보다는 순리적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몸이 회복되는 시간을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으로부터 2백년전에 볼프강 폰 괴테가 남긴 글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제 모든 것은 도를 넘었다. ... 아무도 자신이 어디에서 헤매는지 알지 못한다. ...젊은이들은 시간의 소용돌이에서 휩쓸리고 있다.

세계가 부와 빠름을 찬양하고 모두가 그것을 추구한다. 교양 있는 세계의 목표가 된 물불 가리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의 용이함은 지나칠 정도다"





그 당시 열차와 전기와 증기선이 세상에 생기면서 받았던 문화적인 충격을 친구에게 편지로 탄식하는 글입니다.(1825년)

요즘은 그때보다 교통이 100배 빨라지고, 통신은 1000만 배 빨라졌다고 합니다. 

괴테가 요즘 세상을 보면 어찌 탄식할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