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정생각

사사키 아타루('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의 저자)와 무묘앙 에오.

유후정한의원원장 2018. 8. 21. 15:46

여름 휴가기간에 읽은 책이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입니다.

부제목이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입니다.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중퇴한 사사키 아타루가 일본 철학계에 내던진 활화산 같은 책입니다.

니체, 루터, 라캉, 고대철학자 등 해박한 철학 지식을 통해서 구태의연한 철학계에 해부의 칼을 들이댄 책이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저자 자신이 고등학교를 중퇴했다고 여러번 나오지만 사실상 도쿄대 사상문화학과를 졸업하고 종교사학 박사까지 마친 석학입니다.


사사키 아타루의 강렬한 혀끝에 이끌려 책을  읽다보니 아주 오래 전에 읽은 무묘앙 에오가 떠올랐습니다.

무묘앙 에오는 불교적 깨달음을 통해서 당시 일본의 선지식들에게 자신의 깨달음과 한번 맞짱  떠보자고 전국 사찰에 편지를 보냈다고 하는데,

사사키 아타루도  2008년에 야전과 영원을 출판하면서  일본 철학계 거물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내던진 것입니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책제목 그대로 사무라이의 예리한 칼날같은 문체로  인류의 역사와 진화를 해체시키고 단순화합니다.

고전을 평생에 걸쳐서 읽고 또 읽은 자가 부끄럽지만 자기 목소리로 책을 쓰면 그것이 역사 진보의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읽고 쓰는 행위가 가장 숭고한 일인양 사사키 아타루의 억지스러운 면이 있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또한 입진보가 판을 쳐서 실제적인 행위에 대한 성찰이 부족해 보이기도  하지만 역사를 통해서 배우고 시대를 진보시키는 일은 어쩔 수 없이 기록을 남기고 기록을 보관하고 제도를 정착하는 과정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면에서 틀린 얘기도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가기 위해서 허둥되는 모습이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인데, 보다 올바른 길로 가기 위해서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사사키 아타루가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