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정생각

마음은 떡잎 -정현종 시인

유후정한의원원장 2019. 1. 30. 15:49

그 아이는 하루 종일

말이 없었다

복사꽃 물결 보러

桃灘(도탄)에 갔을 때,

중학생이라는

친구 조카아이 -

서울 삼촌이 뭘 물어봐도

끝내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다. 20세기末

네 침묵에 비추어

말이란 도시의 신경증이고

문명의 질병이다.

시골 아이야

네 말없음은 두텁고 신실하고

무한 자연에 이어져 있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두루미가 날고

황새는 논에 앉아 있다.

 

맑은 공기 향기로운 흙

눈 가는 데 산과 하늘,

사과꽃 복사꽃,

아무것도 서두를 게 없고

서두르는 것도 없으며

(가끔 쌩 달려 지나가는 자동차들은

우스꽝스럽고나)

서둘러 말할 것도 없다.

마음은 떡잎과 같다

병든 마음들아.

이게 시간이다

시골 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