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정생각

나무의 사계 -정현종 시인

유후정한의원원장 2019. 4. 6. 13:13

싹이 나올 때는 

보는 것마다 신기한 어린애의 

눈빛으로도 모자라는 

기쁨의 광채, 경이의 폭죽이다가, 

연초록 잎사귀의 청춘이 

물불 안 가리듯 이 바람 저 바람에 

나부껴 

가지에 앉은 새들의 

다리들도 간질이다가, 

여름 해 아래 검푸르게 무성할 때는 

루주도 한번 짙게 발라보는 

사십대 후반의 여자이다가, 

벌써 가을인가, 잎 지자 

넘치던 여름잠에서 깨어 

가을바람과 함께 깨어 

말없는 시간과 함께 깨어 

제 속에서 눈뜨는 나무들 

눈 덮인 산의 겨울나무여 

환히 보이는 가난한 마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