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눈과 기차
유후정한의원원장
2021. 2. 5. 11:05
십이월의 기차가 출발을 알렸다.
차창 밖에는 찹쌀가루 같은 흰 눈송이들
애동지를 앞두고서
몸을 끌고 가는 이들의 숨골 위에
서거서걱 쌓이고 있었다.
헐벗은 삶을 볼 줄 안다면
겨울은 모두 벗은 존재들이다.
앞 칸에선 갓난 애기가 간헐적으로 울었다.
눈보라 속으로 고사리 손을
따듯하게 건네고 싶었나 보다.
허나, 유리창 밖은 가닿지 못하는 세상
눈보라에 쓸려버리고
들판과 마을과 흐려지는 산등선 사이
달리는 기차는 무정도 하여라.
아이는 쉬었다
목 놓아 다시 우는데
창에 머리를 기댄 채 사람들은
종착역에 쌓일 눈을 미리 걱정하였다.
책이름 향수해
지은이 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