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의 달빛과 월인천강지곡
월인천강(月印千江)이라 함은 천개의 강에 달이 뜬다는 뜻으로
밤하늘의 고요한 달빛이 온세상의 강에 그대로 비추듯이
불교에서 석가모니의 깨달음이 모든 중생을 교화시키는 대승불교적인 뜻이 있습니다.
광주에 있는 교회 중에 예수님을 달빛삼아 온 세상에 복음이 퍼지기를 소망해서 교회 이름을 월광교회로 지으신 목사님도 계시네요.
편재(遍在)라고 하여 존재 자체가 물질적인 차원에서 국한되는게 아니라 두루두루 공히 존재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이외수 소설가의 벽오금학도에서도 편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었죠.
그렇듯이 달빛 뿐만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자신이 자기를 인식하는 자아가 있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심어놓은 이미지도 있겠죠. 그 이미지도 사실 그 사람을 구성하는 부분이겠죠.
누군가 죽었을때 그 사람은 사라졌지만 남겨진 사람에게는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기억이 존재하니까요.
사실은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은 왜곡되고 주관적일 수 있고
반대로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것이 더욱 객관적이고 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편재하고 있는 것이고 만사만물이 편재해서 세상은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라고 선정될 만큼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의 달빛은 유명한데요.
저도 그 음악을 즐겨 들은지 벌써 몇년이 되었습니다.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드뷔시의 달빛을 듣다보면
달님이 정말로 한 발자국씩 땅으로 강으로 내려와서 온세상에 은은한 발자국을 찍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그 음악을 듣다보면 세종대왕이 만드신 월인천강지곡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유교가 국교이던 조선시대에 세종대왕이 왕비이던 소헌왕후가 돌아가시자 명복을 빌고자 월인천강지곡을 직접 지으셨다고 합니다. 물론 학자들의 도움을 받으셨겠지요. 석가모니 일대기를 노래말처럼 만든 것이 월인천강지곡인데 얼마전에 경주에 가서 직접 한글로 인쇄되어 있는
활자를 보니 정말 감명 깊었습니다.
시공간이 다른 드뷔시 달빛과 세종의 월인천강지곡이지만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주는 따뜻함이 있는 작품이라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