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와 종밀의 원인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라는 데카르트의 유명한 말은 다들 알고 계시죠?
데카르트는 프랑스 철학자이자 과학자, 수학자이며 1596년 태어나서 1650년에 돌아가셨습니다.
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울 정도로 근대사상을 형성하는데 가장 영향을 끼친 인물로 이성적인 사고가 인간이라는 존재를 규정한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당나라시대 원인론(原人論)이라는 책을 지은 종밀은 많이들 모르시죠?
당나라 사천성 서충현에서 780년에 태어나셔서 841년에 돌아가신 종밀은 인간세상의 근원을 밝힌다는 책 제목처럼
당시 불교, 도교, 유교철학을 총망라하여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지 당시 최고의 지성과 철학으로 밝혀 놓았습니다.
중국 화엄종의 5대조로서 화엄종은 인도에서 1조는 용수, 2조 세친으로 이어지고 중국으로 넘어가 1조 두순, 2조 지엄,
3조 법장, 4조 징관, 5조 종밀로 계승되었습니다.
종밀은 원인론 서문에 열반경을 인용하면서 사람(人)이라는 뜻은 두가지 해석이 있으니 하나는 다사(多思) 즉 생각함이 많다. 다른 하나는 다은(多恩) 즉 베풂이 많다고 하였습니다. 다른 동식물이나 무생물과 다르게 사람은 사유를 할 줄 알며 또한 남에게 베풀줄 안다는 것이 차이점이라 하였습니다.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은 자신의 배를 채운 뒤라야 음식을 버리고 돌아서지만 인간은 자신은 배고플지언정 타인을 위해 베풀줄 아는 성정을 가졌다고 본 것입니다. 또한 인간은 환경에 대한 수동적인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사유 즉 모든 일의 이유나 까닭을 궁리할 줄 아는 존재라고 본 것입니다.
또한 종밀은 원인론에서 '유교는 만물의 근본을 원기(元氣)로 해석하고, 도교는 자연(自然)으로 보고, 불교에서는 공(空)으로 본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유교를 배우는 사람은 오상(五常)에 집착하고 도교를 배우는 사람은 자연에 집착하니 모두가 인연(因緣)을 미혹한다,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연기(緣起)에 집착해서 성품이 일어나는 것(性起)을 미혹한다.' 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진실한 뜻은 성품이 일어나는 근본을 말하는 것이다. 하늘, 땅, 사람은 연기의 말단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오상이란 인의예지신을 말하는 것으로 유교는 사람사이의 관계, 도교는 자연에 집착하니 그러한 집착이 문제라고 하였으며 불교는 인연을 중시하여 마음이 생기는 자리를 살피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도리는 마음이 일어나는 근본을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파하신 겁니다. 그 근본자리에서 하늘과 땅, 만사만물, 사람이 나왔다고 보는 것입니다.
데카르트보다 8백년이나 앞선 종밀의 철학은 인간에 대한 정의 뿐만아니라 철학적, 종교적으로 훨씬 사유가 깊습니다. 서양철학이 자연을 인식의 대상으로 보고 자연이라는 객관적인 실체에 대해서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반면 동양철학은 자연을 극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친화를 넘어서 인간과 자연을 차별하는 시선이 없이 물아일체로 간주합니다. 또한 신의 영역에 대해서도 차별적인 시각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