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하한담(仲夏閑談)
덕수한의원에서 5년, 유후정한의원에서 10년
어느덧 강서구 방화동에서만 15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한의사로서 사명감과 함께 '내게 오신 환자분들 한분 한분을 모두 잘 고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2000년도 초봄에 덕수한의원을 개원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당시 30대초반의 젊은 혈기로 정말 성심껏 진료했었던 것 같습니다.
개원초반 지하철 타고 1시간이상의 거리를 출퇴근하면서 한의원 커텐도 집에서 세탁해가며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녔었습니다.
원장실 의자에 앉아 있기 보다는 치료받는 환자분 옆에서 내가 아는 의학지식 하나라도 정보를 주고자 계속 서서 대화를 하다보니 퇴근할 때면 두 다리가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젊기에 출근하는 길은 마음이 설레고 기뻤습니다.
제가 바라던 한의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기에 말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진료하다보니 20평의 작은 한의원에서 1년여만에 하루 평균 50명 환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5년간의 덕수한의원을 마감하고 바로 건너편 1층에 50평대 한의원으로 이전하면서
유후정한의원을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제 실명을 걸고 한의원을 한지 이제 만 10년이 넘어가니 제 나이도 40대 중반을 넘어가고
10년간 잘 버텨주던 한의원도 하나 둘씩 고장이 나네요.
영원한 것이 없듯 기계나 사람이나 오래되면 고장이 나나 봅니다.
그래서 올 6월부터 도배를 새로 하고, 바닥공사도 하고, 외부 공사도 하고 고장난 의료기도 새로 고치고, 여러 시스템을 새로 혁신 중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덕수한의원, 유후정한의원에서 진료하며 거쳐가셨던 수많은 환자분들이 생각납니다.
서울 변두리에 있다보니 독거노인들도 많고,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학생들도 많고, 수많은 인생사를 접하게 됩니다.
의사로서 병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속에 있는 것을 서로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는 깨달음이 생기네요.
앞으로도 유후정한의원을 찾는 환자분들께 의학지식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정을 나누는 의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