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정생각

영화 '귀향' 후기

유후정한의원원장 2016. 3. 25. 12:42

어제 조정래 감독이 각고의 노력 끝에 14년만에  만든 귀향을 보고 왔습니다.

평일 오후라 한산한 극장에서 오랜 죽마고우와 같이 관람하였습니다.


위안부로 끌려가 참혹한 상황을 재현하는 영화 초반부를 보면서

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오히려 이런 처참한 상황을 보는 것이 지금에 와서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너무나  보는 것 자체가 힘들었습니다.


영화 스토리나 구성이 빈약하다는 평론가도 있어서 사실 큰 기대를 하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귀향굿을 통해서 위안부 할머니의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주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조정래 감독이 아무도 못한 위대한 일을 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교적인 구원은 사실상 너무나 멀고,

 일본 제국주의의 희생이 된 위안부 할머니나

전장으로 끌려가서 총칼을 든 일본군이나 모두 역사의 피해자이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치인들이 못한 그리고 종교가 못한 위안부 할머니의 평생의 한을 영화를 통해서 해원해주고

위로코자 한 감독의 위대성은 정말 세상 최고의 상을 주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엔딩 장면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미술작품과 7만5천여명의 영화 제작 후원자들의

이름이 올라오면서 가수 은희지가 부른 '가시리' 음악이 다시 흘러나오자 마지막까지 자리를 뜨기 어려웠습니다. 


영화를 보며 가슴이 꽉 막혀 오기도 하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고, 인간의 만행이 어디까지인가

분노가 생기고, 병든 위안부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단체로 총살하는 장면에서는 무고한 희생자들이 좋은 세상에 다시 태어나시라는 기도가 마음속 깊이 올라왔습니다. 


하얀 나비가 되어 어릴적 부모님 품으로 귀향하고, 우리나라 국토를 누비는 자유를 통해서

모든 것이 화해되고 치유되는 감독의 간절한 소망을  보았고 저 역시 그렇게 되기를 기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