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정생각

알약과 삼시세끼

유후정한의원원장 2018. 9. 8. 12:57

우리가 미래사회를 상상하면서 그려보는 이미지 중에 하나가 음식을 여러가지 먹지 않고 영양분이 골고루 갖춰진 알약 몇개로 대신해서 체력을 유지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사실 역사이래로 삼시세끼 밥 차려 먹는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원시시대에는 집단 수렵을 통해서 사냥을 하고 식사를 해결하는게 삶의 전부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도 비슷합니다. 식재료를 장만하려 장을 보거나 인터넷 쇼핑을 하고 냉장고에 보관한 후에 여러 조미료와 소스를 미리 준비한 다음
밥과 국, 여러 반찬을 조리합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친 후에 식탁을 정리하고 설거지까지 해야하죠.

이렇게 하루 세끼 먹으면 그냥 하루다 다 갑니다. ㅎㅎ
그래서 요즘은 간편식이나 배달음식이 많이 생기고 질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살 수 있을까요?
직장 다니는 것도 힘든데 집에 와서 식사 챙겨먹는 것도 노동처럼 힘드니 말입니다.

간편한 정제 몇 알로 건강이 유지된다면 그만큼 좋은 것도 없겠지요.

하지만 제 생각은 그게 안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과 하나를 먹기 위해서 깨끗한 물로 씻어서 껍질을 깎거나 통째로 아삭하고 씹어서 삼킵니다.

하지만 정제 즉 알약은 그런 과정없이 입안에 털어넣고 물만 마시면 끝나죠.
씹는 입이 수고로울 필요도 없고 위장이 굳이 연동운동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우리 몸이 어떻게 될까요?

저작을 안하게 되니 턱과 구강의 구조물인 혀, 치아, 잇몸 등이 더 건강해질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활용을 안하게 되면 그 기능은 계속 퇴화하기 마련입니다.
턱은 뾰족해지고 턱관절은 더 약해지고 침샘분비는 저하되고
위장은 운동을 안하게 되어 위무력증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식물인간이 병원에 하루종일 누워서 지내는 것과 비슷한 결과가 생길 것입니다.

효과적인 알약으로 인해서 생명은 유지될 수 있겠지만 인체 관절, 근육, 내부장기가 온전하기는 어렵겠지요.

단순하게 저작기능 하나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는 저작을 통해서 뇌에 신호가 전달되고 침분비와 위장운동 뿐만아니라 이목구비 인체 오관의 기능에도 순기능을 주게 됩니다. 어금니로 음식을 강하게 씹어줄때 허리 힘도 강해지는 것이고 오관에서 분비물도 순조롭게 분비되는 것입니다.

발치를 하는 경우 혹은  틀니나 임플란트를 하거나 잇몸이 약해지면 전신이 무력해지거나 힘을 못쓰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잇몸이나 치아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방대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방송에서 기행처럼 어금니 깨무는 힘으로 수톤이 넘는 트럭을 끌기도 합니다.

음식을 장만하고 조리하면서 팔다리를 쓰고,

먹으면서 향을 맡고 음식을 씹고,

소화시키면서 위장이 운동하고 췌장액과 담즙이 분비되고,

배변되면서 대장과 항문이 운동하는 여러 과정들이 인체에서 결코 생략될 수 없는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수고로운 일이지만 삼시세끼 가족들과 밥상에서 즐겁게 식사하는 순간이 가장 중요한 시간이고 건강을 지키고 행복을 유지하는 시간인 것입니다.


'후정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삼모사 뒤집어 보기(현명한 원숭이)  (0) 2018.10.16
푸른 밤 - 시인 나희덕  (0) 2018.10.10
커피와 한약   (0) 2018.09.08
어떤 적막 -정현종 시인  (0) 2018.09.07
느낌표 - 정현종 시인  (0) 2018.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