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정생각

붉은 달

유후정한의원원장 2019. 5. 21. 18:23

붉은 달

정현종

아무도 없는 길에는

밤만이 스며서 가득 찬다

바람 속에 스며 있는 컴컴한 열은

달고 고요하게 깊고 깊다.

문득 저만큼, 젖은 요기의 공기를 흔들며

어떤 목소리의 모습이 드러난다.

한 꽃피는 처녀와 그의 젊은 남자,

한 손이 다른 손에게 건너가 있고

건너가 있으면서 다시 더

깊고 안보이는 데서 만나고 있는

두 손의 걸음이 춤이 되어 넘치면서

악, 악, 까르르 처녀의 웃음소리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처녀의 웃음소리의 그 끝에 문득

붉은 달이 걸린다.

웃음소리는 한없이 달을 핥으며

자꾸자꾸 그 너머로 넘어가고

붉은 달은 에코(echo)처럼 걸려 있다.




후정생각- 오늘 부부의 날이네요.

세상의 모든 부부도 원래 꽃피는 처녀와 그의 젊은 남자였죠.

걸음이 춤이 되고, 어두운 달이 아닌 수줍게 빛나고 열정적인 붉은 달에 웃음이 걸리는 판타지같은 연애를 하던 사이죠.

오늘 부부의 정으로 보름달마냥 가득 채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