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정생각

소설 파친코

유후정한의원원장 2021. 5. 26. 16:03

국내서 보다도 오히려 미국에서 더 잘 알려진 소설 파친코입니다.

소설가이면서 변호사이기도 한 이민진이 쓴 소설로

미국의 오바마 전대통령이 강추한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민진은 한국에서 태어나 7세에 부모님을 따라서 미국으로 이민가서 살다가

예일대 역사학과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기업 소속 변호사로 일했으나,

건강이 나빠져서 어릴 적부터 재능이 있던 글쓰는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합니다. 일본계 남편과 결혼하여 일본 도쿄에서도 4년간 살았던 작가 이민진은 소설 파친고를 쓰기 전에도 여러 단편 소설로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도쿄에서 살면서 자이니치 즉 재일 한국인들과 수많은 인터뷰를 하고 사실 고증을 거쳐서 소설 파친코라는 역작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나이 들어서 소설을 읽다가 눈물 흘리게 되는 경우가 적은데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두세차례 눈물을 흘리게 되었습니다.

조선인의 피를 가지고 일본이라는 나라에 가서 모진 수모와 차별을 겪은 등장인물을 통해서 이러한 삶이 소설이 아니라 당시의 일반적인 현실이었음을 알게되기 때문입니다.

이삭, 모자수, 솔로몬, 양진, 선자, 경희, 한수 등등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우리앞에 숨쉬고 있는 실존 인물처럼 느끼게 해주는 작가의 묘사가 대단합니다.

또한 변호사로서 사회과학에 밝고 힘이 넘치는 문채가 요즘 소설같지 않고 재밌게 읽혀집니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라고 소설은 힘차게 시작합니다.

이 부분도 너무나 매혹적입니다.

역사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소설이기에 어찌보면 소설의 주제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우린 한반도에 살고 있어서 일본에 사는 우리 교포에 대해서 잘 모르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작가 이민진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라고 도쿄에서 수년간 머물면서

한국, 미국, 일본의 시각을 적절하게 배합해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자이니치를 조명합니다.

우리만의 좁은 시각이 아닌 큰 시각으로 자이니치의 근현대 삶을 들여다 봤기 때문에 좀더 객관적이고 포괄적으로 일본의 만행과 자이니치의 절망적인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 다큐같은 소설입니다.

그렇다보니 미국사람이 읽거나 전세계 누가 읽어도 공감대를 불러 일으킬 수 있습니다

영화 미나리가 미국에 사는 외지인들의 고단한 삶을 고발한 영화라면,

 

전쟁과 핵, 차별 등등 수많은 모순이 가득해서 어찌보면 지옥보다 더 끔찍한 일본에서의 자이니치의 삶을 소설 속 글자 하나, 하나가 마음속에 수를 놓듯 심어주기 때문에 큰 감명을 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