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저녁2
- 정현종
산에서 내려온다 가금 들르는
식당 배나무 아래서
오늘도 맥주 한 잔.
안주는 오이 몇 쪽(거저)
오이와 된장 사이
술잔과 술병 주위에 모기.
한 병을 비우고 나서
나는 쟁반을 들고 내려간다.
맥주 마시는 것도 좋지만
다 먹은 쟁반을 들고 가는 것도 즐겁다.
비탈진 배나무밭이 폭우로 깊이 패여
작은 계곡들이 여럿 생겼다.
쟁반을 들고
그 패인 계곡을 한걸음에 건너가는 것도 좋다.
거인이 따로 없다.
일하는 아가씨가 저녁 먹다 말고
쟁반을 받으러 부지런히 온다.
그가 미안해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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