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정생각

여름 저녁2 -정현종 시인

유후정한의원원장 2017. 7. 24. 16:21

여름 저녁2

 

                      - 정현종

 

산에서 내려온다 가금 들르는

식당 배나무 아래서

오늘도 맥주 한 잔.

안주는 오이 몇 쪽(거저)

오이와 된장 사이

술잔과 술병 주위에 모기.

한 병을 비우고 나서

나는 쟁반을 들고 내려간다.

맥주 마시는 것도 좋지만

다 먹은 쟁반을 들고 가는 것도 즐겁다.

비탈진 배나무밭이 폭우로 깊이 패여

작은 계곡들이 여럿 생겼다.

쟁반을 들고

그 패인 계곡을 한걸음에 건너가는 것도 좋다.

거인이 따로 없다.

일하는 아가씨가 저녁 먹다 말고

쟁반을 받으러 부지런히 온다.

그가 미안해하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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