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정생각

사이먼래틀(Simon Rattle)의 베를린필(Berliner Philharmonie) 내한공연

유후정한의원원장 2013. 11. 12. 09:36

어제 예술의 전당을 다녀왔습니다.

영국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까지 받은 지휘자 사이먼 래틀경은

지휘봉을 잡은 무대위의 마술사 같았습니다.

 

첫번째 연주곡 로베르트 슈만의 교향곡 제1번을 연주하며

사이먼 래틀의 손동작 하나에서 구름이 뭉게 피어오르고 나비가 날고 벌떼가 나는듯

생생한 봄의 향연을 잘 표현해주셨습니다.

 

 슈만이 장인과의 법정다툼에서 이긴 후에 11세 연하의 클라라와 신혼의 단꿈에 빠져서

단 3일만에 전체 악상을 잡았다는 교향곡 1번은 어쩜 슈만의 낭만적인 음악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곡이 아닐까 합니다.

 

두번째 연주곡인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D장조는

특히 2악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다이신 카이모토의 기예가 드러나는 연주였으며

다른 악단과 카이모토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기량을 뽑내고 경쟁하는듯 흥미진진하였습니다.

세련되고 샤프한 이미지의 프로코피에프의 인상처럼 뛰어난 바이올린 선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번째 연주곡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원래 발레곡으로 만들어진 곡이라

사실 커다란 기대를 하지 않고 갔으나 너무나 놀라웠습니다.

음악을 가슴으로 듣는다면 봄의 제전은 가슴과 머리로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게 만드는 수작이었습니다.

20세기 음악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틀리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고 구성이 돋보이는 곡이었습니다.

 

 러시아의 천재 무용수 니진스키가 초연때 안무를 하였으나 스트라빈스키는 무용때문에 음악을 망쳤다고 생각해서 서로 갈등이 생겨서

1년후에 연주곡으로만 공연되어 크게 성공했다고 하는 봄의 제전은

흡사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나 도스도예프스키의 소설을 읽는듯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20세기이전의 음악이 가슴을 편안하게 해주고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음악이었다면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타악기를 통해서 원시적이고 제사적인 느낌을 되살려

머리속에서 소설보다 더욱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듣던 봄의 제전과 달리 현장에서 사이먼 래틀이 엮어낸 봄의 제전은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듣기에도 가장 뛰어나고 세련된 음악이라 생각됩니다.

지금도 그 잔향이 귓가에 맴도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