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정생각

아악의 리듬

유후정한의원원장 2014. 1. 6. 13:04

 

어제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에 다녀왔습니다. 

대가들의 여러 작품들을 가족들과 함께 보니 모처럼 흐뭇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운보 김기창화백의 그림이 제 가슴에 다가왔습니다. 

아악의 리듬이라고 하는 작품이었는데요.

 

요즘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바뀐 세태때문에 동영상에서 시선을 뗄수 없는 여러 음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술에서도 설치미술이나 장르를 파괴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미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많지만

순수회화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어떤 그림이 가능할까 하는 상상을 만족케 하는 그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청각장애를 가진 운보 김기창 화백으로부터 그려진 아악의 리듬은 등장인물들이 모두

음악과 하나가 되어 있는 물아일체의 경지로 보여졌습니다.

 

어쩌면 청각장애를 가진 운보 김기창에게는 그게 더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리를 못들으니 소리를 내는 사람의 안면근육과 몸짓과 상황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을

가슴으로 느끼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진 개개인의 단점이나 장애가 오히려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혹은 하지 못하는 부분을 창조하는데 오히려 단초가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청마의 해에 저도 제가 가지고 있던 40여년의 고정관념을 깨고 다른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쉽지는 않지만 한발 한발 걷다보면 어느새 내가 놓치고 살아온 부분이 더욱 귀한 선물이 될수도 있겠다고 기대해봅니다.